1.
예전 동아리 홈커밍 데이 이런거 할 때 91학번 선배들 오고 이러면
너무 낯설고 너무 아저씨같고 그래서 말을 걸수도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다.
난 01 학번인데, 요새 대학 신입생들은 15학번.
으으.
그들의 시각으로 날 보았을 때 난 완전 완전완전 아줌마네.
2.
근데 난 그 때가 너무 어제같은데.
나이가 너무 빨리 많이 들어지고 있고, 시간을 잡을 수는 없다.
3.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상큼발랄한 34세가 되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는..
최대한 상큼발랄한 임신부.
상큼발랄한 임신부..
..ㅡㅜ
4.
그러나 ceiling effect.
내 한계를 뚫고 상큼발랄해진다고 해도
(게다가 난 원래도 그다지 상큼발랄한 성격은 아니었는데..)
20대의 평균 상큼발랄 발끝에도 못 미치겠지.. 으흑
5.
우울해진 건, 오늘이 7월 1일이기 때문이다.
34세의 반이 이렇게 가 버렸고
나머지 반은 성난 물소처럼 내게 돌진해온다.
곧 나를 밟고 지나가 버리겠지. 떡실신시키고서.
6.
사랑해 ㅎㅁ야.
엄마가 요새 맨날 나한테 해주는 얘기다.
엄마가 요새, 물끄러미 날 바라보다가, 힘들고 너무 힘들었어서
충분히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씀하신다.
알아요. 엄마.
내가 튼튼이 사랑하는 것 보다 더 많이 사랑하셨을 것 같다.
엄마는 원래 사랑이 많고 촉촉한 사람이니까.
나도 거울을 보고 나한테 얘기한다.
사랑해 ㅎㅁ야.
사랑한다. 내가 어떠한 존재이든.
누가 내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든
그냥 난 지금 이순간의 내가 좋아.
40이 되어도, 50이 되어도 나는 나일꺼야.
그때가 되면 더 깊어져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려나.
아니면 지금처럼 잘 끓어넘치는 냄비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