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일어나서 수영을 하고, 테니스를 다녀오고 좀 지쳐서 맥아리업싱 집에 누워만 있었다.
글을 쓰려면 얼마든지 쓸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라고 조금 자책.
그치만 변명하자면,

2.
의대에서는 변명하지 않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마치 군대같군.
어쨌든 해야 하는 것은 해야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슨 수에는 잠을 줄인다. 스스로에게 강박을 건다. 다른 기본적인 삶의 요소들 (잠, 위생 ETC)을 포기한다
등등이 있었다.

3.
엄마가 ㅇㅅ에 내려가셨다. 제사 때문에.
조금 죄송한 말씀이긴 한데.. 엄마도 아이들도 없이 나홀로 집에 있으니 너무 좋다.
삶의 여유가 느껴진달까. 고요하달까. 행복하달까.
그치만 이 행복은 학생 때 느끼는 시험 다음날의 기쁨과 비슷하다.
이제는 느낄 수 없는 시험 다음날의 행복.
1년에 100개 가량의 시험에 시달릴 때에는, 행복이 행복인줄을 몰랐다.
시험 마치고 자는 잠은 얼마나 달콤했던지!
엄마도 아이도 없는 이 행복은 역설적으로는 엄마와 아이덕분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이렷다.
아마 나중에. 둘째가 다 커버린 15년 후에는 느낄 수 없는 행복일 것이다.
엄마도 더이상 건강하지 않고 아이들도 훌쩍 다 커버리면..

4.
삶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희노애락이 있다.
어떤 종류의 영욕의 삶이라도 반드시 끝이 있다.
살아 있음은 감사하다.
주어진 시간을 빛나게 힘차게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

5.
이제 글을 써야지

6.
아.
맞다.
얼마전에 드디어 살짝, 불안을 길들이고 그 불안을 타고 날아오르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것 같다.
불안을 못본척 해봤자, 불안을 두려워하는 마음만 커질 뿐이다.
불안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쓰다듬어 주자, 불안이 내게 무릎을 꿇고 다가왔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언젠가는 그 불안의 등에 타고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무가당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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